영업 일을 하다 보면 고객 한 명 만나는 데 서류가 줄줄이 따라옵니다. AI로 업무 자동화를 해 볼까 싶은데 뭐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다면, 영업 현장에서 일하는 비개발자인 제가 가장 먼저 줄이고 싶었던 서류 이야기부터 들어 보세요.
쓰고, 출력하고, 또 쓰고, 팩스 보내고
이 일 해 본 분들은 아실 거예요. 쓰고, 출력하고, 또 쓰고, 팩스 보내고. 그게 매번 반복됩니다.

저는 코딩도 모르고 아무것도 몰랐어요. 그냥 너무 귀찮았습니다. 이걸 한 방에 끝낼 수는 없나, 그 생각 하나로 시작했어요.
종이는 아깝고, 회사 양식은 성의 없어 보였다
제일 걸렸던 건 회사에서 뽑아 주는 고객 분석 자료였어요. 상담할 때마다 이걸 종이로 출력했으니 용지가 계속 나갔죠.
종이만 문제가 아니었습니다. 회사 양식을 그대로 건네는 게 어쩐지 성의 없게 느껴졌어요. 게다가 제 고객은 60% 이상이 어르신이에요. 회사 출력물은 한눈에 들어오지 않아서, 받는 분 입장에선 보기가 어렵습니다. 드리긴 드리는데, 이걸 제대로 보실까 싶었어요.
후배들이 내 방식을 따라 하기 어려워했다
신입을 두 명 뽑았어요. 그런데 제가 하는 방식을 따라 하기 어려워하더라고요.
저는 회사 자료를 그냥 넘기지 않고 제 소견을 붙여서 설명하는 편이에요. 그 방식을 누구나 쓸 수 있는 틀로 만들어 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
그래서 만든 흐름
먼저 회사 자료를 종이로 뽑지 않고 PDF로 만들어요. 여기서 종이부터 아낍니다.
그다음 회사 자료와 제 소견을 AI에 넘겨요. 그러면 AI가 회사 자료를 그대로 옮기는 게 아니라, 제 소견을 중심에 두고 고객 상황에 맞춰 정리하고 조언을 붙여 줍니다. 고객 나이대에 맞는 정부지원제도나 무료 혜택도 같이 소개해 주고요. 마지막엔 미리 만들어 둔 청구 서류 안내와 유의사항을 붙여서, 상담 리포트 한 부로 묶어 줍니다.

저는 코딩을 몰라서, 이걸 AI와 채팅으로 물어보고 고쳐 가며 만들었어요. 그 과정에서 헤맨 이야기는 꽤 길어서 다음 글에서 따로 하겠습니다.
지금은 멈춰 두고 직접 보는 중
사실 지금은 자동화를 모두 멈춰 둔 상태예요.
만들긴 만들었는데, 아직은 제가 하나하나 점검하면서 쓰는 게 맞겠다는 생각입니다. 고객에게 나가는 자료니까요. 자동으로 돌려 놓고 손 놓을 단계는 아니라고 봤어요.
고객 정보는 AI에 넣지 않는다
자료를 AI에 넘기기 전에 꼭 지켜야 할 게 있어요. 고객 이름, 연락처, 주민번호, 주소 같은 건 넣지 않는 겁니다.
방법은 단순해요. PDF나 글에서 이름 자리는 ‘고객 A’, 나이는 ’60대’처럼 바꿔서 넣으면 됩니다. 연락처나 번호는 아예 지우고요. 리포트에 꼭 들어가야 하는 이름은 AI가 결과를 만든 다음에 직접 채우면 됩니다.
AI 서비스에 넣은 내용은 내 컴퓨터 밖으로 나간다고 생각하는 게 안전해요. 회사마다 고객 정보를 다루는 규칙도 있으니, 넣기 전에 회사 규정부터 한번 확인해 보세요.
AI가 만든 결과, 이것만은 사람이 본다
결과를 직접 점검할 때는 이런 것들을 보면 됩니다.
- 숫자와 날짜가 원래 자료와 똑같은지. AI가 옮기다 틀리는 경우가 있어요.
- 내 소견이 내 뜻대로 들어갔는지. 말을 바꾸거나 부풀리지 않았는지 봅니다.
- 정부지원제도나 혜택 안내가 지금도 맞는지. 제도는 바뀌기 때문에 담당 기관 누리집에서 한 번 더 확인해요.
- 가려 둔 자리(‘고객 A’ 같은)에 실제 정보를 제대로 채웠는지.
- 받는 분이 어르신이라면 글씨 크기와 말투가 읽기 편한지.
다섯 가지가 다 괜찮을 때 고객에게 건네는 게 안전합니다.
AI에게 맡기면 안 되는 일
자동화가 편하긴 한데, 선을 그어 둬야 할 일이 있어요.
AI는 회사 자료와 제 소견을 보기 좋게 정리하는 데까진 잘합니다. 하지만 고객 상황을 직접 듣고 판단하는 건 제 몫이에요. AI는 고객을 만나 본 적이 없으니까요.
AI가 그럴듯하게 틀린 말을 할 때도 있어요. 제도나 숫자를 AI 말만 믿고 안내하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. 결과물에 대한 책임도 결국 그 자료를 건넨 사람에게 있고요.
그래서 저는 AI를 ‘초안 만드는 도구’로만 씁니다. 마지막 판단과 전달은 사람이 합니다.
AI마다 잘하는 일이 달라서 저는 나눠 쓰고 있어요. 어떻게 나눴는지는 GPT와 Gemini가 내 글을 두고 싸웠다: 비개발자가 AI 3개를 함께 쓰는 법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.
나는 뭘 먼저 자동화할까
자동화할 일을 고를 때, 제 경험으로는 이런 일이 먼저 눈에 들어왔어요.
- 매번 똑같이 반복되는 일. 저한텐 쓰고, 뽑고, 또 쓰는 서류였어요.
- 종이와 출력이 많이 나가는 일. PDF로만 바꿔도 줄어드는 게 있습니다.
- 남에게 가르치기 어려운 내 방식. 말로 전하기 어렵다면 틀로 만들어 두는 게 낫겠더라고요.
- 결과물을 받는 사람이 보기 불편한 것. 받는 분이 어르신이라면 더 그렇죠.
이 중에 두세 개가 겹치는 일이 있다면, 그게 첫 번째 후보예요.
그리고 앞에서 말한 두 가지, 개인정보 가리기와 결과 직접 점검은 꼭 챙기세요.
오늘 하루, 내가 반복해서 쓰고 뽑는 서류가 뭔지 한번 적어 보세요.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됩니다.
